2007. 7. 31. 11:34
개인적으로 못 배운 한이 많아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 개인으로써 어제 KBS2 TV의 '미녀들의 수다'를 잠시 보면서 든 생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 자판을 두드립니다.

10분 정도 밖에는 보지 못한 '미수다'였지만, 주제 자체가 관심이 있던터라 머리에 남았던 모양입니다. 어제 수다의 주제는 '한국 10대 이것이 놀랍다' 였고, 그 1위로 뽑힌 것이 "입시지옥의 10대"였습니다.

함께 한 외국여성들의 이름은 잘 몰라도, 그들이 했던 몇 마디는 기억에 남습니다.
"독일에서 10대들은 1시에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는다"
"캐나다에서는 4시 30분이면 학교 끝나고, 나머지 시간 운동도 한다.
과외는 학습을 못 따라오는 학생들만 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방청객들과 패널의 반응
'그 시간에 끝나고 뭐해요?'

내 고등학교 시절은 즐겁지 못했 던 것 같다.

물론, 현재의 고등학생들 처럼 '치열하게'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때도 강남 8학군의 친구들은 엄청나게 치열했지만 난 그렇게 치열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러한 치열함은 싫어한다.

난 성남의 한 변두리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분당에서 잘 나간다는 소문도 있다) 당시 우리 학교는 한 학년 6백명 정원에 10%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교였다.
[실질적으로 우리학년이 대학에 간 인원은 내 기억으로 40여명 이하였다. 나를 포함해서]

그때도 우리는 10시까지 야간 자율 학습을 했고, 나는 차가 일찍 끊긴다는 이유로 8시 30분에 먼저 나왔다. (90년대 초반 당시는 심야버스같은 거 없었으니.. ^^)
학교에서 하는 야간 자율 학습 외에는 특별한 추가 학습은 없었고, 난 집에 와서 그냥 잤다.

그렇게 보낸 3년의 고등학교 생활은 따분했던 것 같다.
아침 7시까지 등교해서 점시도시락과 저녁도시락을 먹고 나서야 우리들만이 남아서 책을 펴 볼 수 있었고, 제2외국어 시간인 일어시간에 '영어'나 '수학'을 펴보고 있어도 아무말 없이 지나가는 선생님이 계셨던.

그렇게 3년은 지나갔고, 우여곡절을 거쳐 대학을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나는 대학에 들어갔다.
고3이 밤10시에 잠이 들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복도를 뛰어다니며 장난쳤어도.
수능시대의 첫 시작을 알린 시험에서 예기치 못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엔 들어갔지만, 대학을 마치지는 못했다.
내 생애 가장 큰 컴플렉스 중 하나.
'대학중퇴' - 스스로 결정했으나, 그 결정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알아버린.


대학이 끝인 것 처럼
부모들은 학생들을 다그치고,
선생들은 학생들을 몰아내고,
학원에서는 학생들을 길러낸다.

정작,
대학에서 그들은 또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토익을 공부하고,
공무원을 공부하고,
전공을 공부할 시간은 부족하다.
그들에게 대학은 취업을 위한 전방위 전선일 뿐 이다.


난 그녀들이 부럽다.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서 오전에 공부하고, 집에 돌아와 놀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는.
교과서와 문제집에 쳐박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벌레'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며, 운동이며, 취미생활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뭔가 잘못되었는데 어디서부터인지 모른다.
우리는 공교육의 잘못을 이야기 하지만, 공교육의 잘못은 아니다.

공교육에 맡기지 못하고 사교육을 들여놓는 부모들의 문제고.
실력보다는 '학위'를 , 실력 보다는 '졸업장'을 먼저 요구하는 사회의 문제다.
학교는 못 믿고 학원을 믿는 사회가 문제고.
새로운 시험 제도가 나오면 정답 풀이 방법론만 찾아내는 학원의 문제다.

너무나 틀어져버린 대한민국의 교육현실.
어쩌면, 너무나 아름답고 익숙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아이의 교육문제 때문에 나를 밀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갓 돌을 지난 아이를 어떻게 키워가야할지 답답한 현실이 가로막는다.

아무래도, 미녀들이 부럽다.
그녀들의 교육현실이 부럽다.

Posted by 푸른가을
2006. 10. 18. 13:52

언젠가 교육과 관련된 포스팅을 , 그것도 시리즈 형태의 포스팅을 하려던 차에.
어제, 대포자(대학 포기 자)와 관련된 기사를 읽고 글에 대한 생각과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교육과 관련한 전공을 하지도 않은,
대학교육도 전부 마치지 못한(글쓰는 이는 대학 4학년 2학기 중퇴자 입니다.)
이 나라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적 낙오자로서의 관점임을 명기합니다.

기사 : “대포자는 유령취급 아무도 관심 없어요”(경향신문)

위에 명기한 기사를 한 번쯤 보셨을까요?
경향신문에서 연재 기사로 다루고 있는 "한국의 高3"이라는 기사 중 10월 17일자 기사입니다.
기사의 중심 내용은 학교 교육에 있어서 대학을 포기한 학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배려는 전혀 없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전제로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이다보니 이미 현 시점에 있어서의 학교 강의는 의미가 없다는 점도 부각됩니다.

제가 高3이었던 93년에도 이런 현상이있었습니다. 당시 2차에 걸친 대학입학 시험이 존재했고, 1차는 여름방학이 끝난 8월말 경이었고 당시 문제는 굉장히 쉬웠습니다. 첫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파행이었습니다. 2차는 당연히 더 어려울 것으로 모두 예상을 했고,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은 '점수'(당시는 표준점수도 아닌 시험지 그대로의 점수였습니다.)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모집했습니다. 당연히, 1차가 쉬워서 대부분 성적이 오른 마당에(모의고사 기준으로 못해도 20-30점은 올랐으니..) 공부가 되겠습니까?
이미 1학기 때부터 주요과목을 제외한 과목들의 강의 시간은 파행되었었지만, 시험이 끝난 후에는 더 심각한 파행이었습니다. 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책을 보는 것이 당연시 될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10년이 훨씬 지난 , 2006년의 高3 교실도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교육은 대학입시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고 대학을 갈 만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일 뿐 ,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의 입학정원을 맞춰주고 재정을 충족시켜주는 정도 일 뿐입니다.
인성교육이며, 전인교육을 떠들지만. 교사의 자질을 측정하는 측량의 잣대도 학교의 순위(요즘은 평준화이기에 이도 별 의미없음에도 불구하고) 측량의 중요 잣대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숫자일 뿐입니다.

대학입학에 대한 정책이 변경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요?
이미 우리는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학력평가시험"을 통한 선지원 후시험제도상에서의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새로운 입시정책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통한 선시험 후지원의 새로운 시험제도를 도입했습니다.(교육선진국이라고하는 미국의 SAT를 모방한 것겠지요? - 저는 잘 모릅니다만) 그러나, 성공적이었습니까?

수학능력시험은 새로운 "주입식 교육"을 낳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외우게 했습니다. 더 많이 외울 수 있는 학생이 언제나 더 좋은 성적을 얻는 구조가 계속 유지된 것입니다.
이렇듯 ,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의 문제는 정책이 아닙니다.

학교가 담당하는 교육에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는 입시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시기관으로 전락하려고 합니다. 교사는 많다고 하지만, 정작 교사가 없습니다.
한달에 몇천만원씩 받아가는 교사가 있지만, 교육자는 없습니다.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 것은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일진데.
이 나라 대다수의 교사는 교육자로서가 아니라, 학원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를 강요 당합니다.

네이버에 게제된 상기의 기사에 대한 리플에 많은 부분은 기사에 등장한 학생들에 대한 비난입니다. 그들이 왜 비난 받아야 합니까?

꿈꾸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한 교사들과 사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 학교와 사회가 비난 받아야 할 것 입니다.


우리들이 흔히 하는 말중에 "하고 싶은 일은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아시는지요?
미안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대학 가서 하게 되면 늦습니다.
오히려 대학가서 공부를 해야겠지요.

교육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포스팅으로 계속 이어보고자 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Posted by 푸른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