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3. 12:14
* 이 글은 '블로거팁닷컴'에 오늘 올라온 '네이버 여중생 블로거의 장애인 비하 논란' 에 대한 트랙백으로 작성합니다.

자세한 사건의 진상은 거론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한 중학교의 학급에서 장애인인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큰 일로 벌어졌다고 할까요. 
(내용은 '블로거팁 닷컴' 이나 '디씨' '웃대' 등에서 충분히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네티즌이라 통칭되는 '우리'는 '잘못한' 여중생에게 시선이 쏠려있습니다. 
그의 잘못에 분노하고, 그에게 연설을 늘어놓으며 훈계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 하나만으로 (물론 그렇다고해서 그의 잘못이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마치 중세시대 유럽에서 '마녀'를 사냥하던 것처럼 '그녀'를 사냥해 나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사냥감을 보고 물어서 숨통을 끊어야만 할만치 잔인한 사냥개 처럼.

어른들은 한 아이를 몰아세웠습니다. 커다란 그레이 하운드가 '조그만' 생쥐 한 마리를 구석으로 내 모는 것 처럼.
그저 조용히 학교 측에 제보하거나 교육청으로 이야기해서 해결할 수도 있었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성지'가 되었습니다.

'논란'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논란은 조용히 수그러들 것입니다. 
그러나, 논란으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논란'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중생'을 찾아낸 '익명'은 자신이 찾아낸 '마녀'가 '화형'되는 것을 보고 기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중생'이 '마녀'가 아니면 어쩌는 걸까요?
비단 그에게 국한 된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자신도 블로그에 올렸던 것 처럼, 그 문제에는 다수의 또 다른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지 '마녀'만을 찾아내 심판을 가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요?

그 '마녀' 아닌 '마녀'는 어찌되는 걸까요?
그 '여중생'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글을 어찌 풀어야할지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풀어나가지 못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을만한 자신도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은 답을 내놓은 상태이고, 그 답대로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으면 '틀린' 사람이 아닌 '나쁜' 사람이 될 것이기에. 나를 보호하기 위해 '틀린' 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할까요.


'네이버 여중생 블로거의 논란'은 '피해자'였던 '장애인 친구'에게 사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였던 '네이버 여중생 블로거'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애초에 '피해자'였던 '장애인 친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그냥 그렇게 지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기는 합니다만..


* 처음 이 논란의 글이 올라왔을 당시부터 쓰고 싶었지만 어찌해아할지 모르겠어서 놔뒀습니다.
* 그런데 아무래도 써야겠어서 써 봤습니다만..역시나 안 쓰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 부디 이 글이 또 다른 분란이 되지 않길 바래봅니다.
* 이 글은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해 놓겠습니다. 이 부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푸른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