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28. 15:01
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생각의나무

어릴적 자전거는 세발 자전거의 기억 밖에는 남아있지 않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진짜 자전거를 타게 되었지만, 여전히 난 자전거에 익숙치 않다. 그래도 자전거는 참 매력적인 존재이긴 하다. 도심이 아니라면, 사람들 북적이지 않는 자리라면 마음껏 자전거를 누려봤으면.

'자전거 여행'의 저자, 김훈에게 있어서 자전거는 탈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전거는 그에게 생명이고, 그의 연인이었으며 어쩌면 그의 눈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전거 여행은 봄날, 남해의 어느 해안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곳이 출발지인지는 알 수 없다. 자전거는 어느새 가을의 산하에 도착해 있으며, 가을을 느낄 무렵 그의 발은 어느 겨울 산의 꼭대기에 올라 있기도 하다.

봄날의 포근함을 설명함에 있어서나, 가을의 산하를 설명함에 있어서나 언제나 그곳에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 그가 가는 곳의 사람들은 그저 마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의 사람으로 설명되어진다. 삶의 고단함을 느낄 만한 사람의 이름도 있고, 어리지만 듬직하고 듬지하지만 경쾌한 어린 아이의 이름도 있다. 자전거는 대한의 산하를 여행하지만 대한의 사람도 여행한다.

자전거가 누비는 산하는 역사로 이야기된다. 퇴계 이황의 서원을 이야기하고, 공자의 말과 여러 선비의 말을 전한다. 여수의 앞바다는 이순신으로 이야기되고, 이순신으로 마무리 된다. 어쩌면, 내가 아는 그 인물은 무언가 부족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역사는 흩어진 암자에서, 신라시대의 절에서 다시 태어난다. 전라,경상,충청 삼도를 돌아 역사를 만나는가 하면, 서울의 한 자락에서도 역사를 이야기하고 역사속에서 현재를 이야기 한다.

또한 그의 자전거는 자연과 함께 한다. 전국의 산하는 말로 설명되어지나 말로는 설명되어지지 않는다. 매년 대한의 산하를 찾는 철새들은 날아들었다 돌아가지만, 마을의 개들은 언제나 아이들과 뛰어논다.

'자전거 여행'은 다른 책들을 내게 소개해 주었다.
'자전거 여행2'. 그리고,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다시 김훈을 읽어보고 싶다.


Posted by 푸른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