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13. 11:14

1.

지난 9월 10일, 서울 상암 월드컵 보조 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과 FC서울간의 2군 리그 경기에서 안정환 선수가 관중석으로 올라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FC서울 서포터스의 근거없는 비방과 욕설 때문이기는 했습니다만, 안정환 선수로서는 그로 인해 경기에서 퇴장 당하고 어제 상벌위를 통해서 벌금 1000만원과 사과문 게재라는 제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2.

같은 날, FC서울의 서포터스들은 상대팀 공격수로 나온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방하는가 하면 사생활에 대한 언급과 욕설을 동반한 비난을 가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서포터스로 활동하면서 상대 선수라는 이유로 무차별적 언어 폭력을 가했다는 점에서 FC서울 서포터스(수호신)의 행위는 충분히 비판 받을만 한 사안이고, 현재 수많은 네티즌들로 부터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3.

SBS 뉴스를 통해서 서포터스 중 한 사람이 인터뷰를 한 모양입니다. (사실, SBS 뉴스 시간에는 집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못 봅니다.)
해당 서포터의 모습은 SBS 방송 중에 방영 되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사생활'과 관련한 '언어 폭력'이 가해졌다라는 루머와 함께 '사냥된' 마녀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이 가해졌습니다. 그러나, SBS와 인터뷰한 서포터로 지목된 권모양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이버 수사 등을 의뢰하는 등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사보기 : '안정환 사태' 피해자 권모씨 "마녀사냥에 물러서지 않겠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통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어제부터 안정환 선수의 일과 관련하여 글을 하나 적고 싶었는데 사건에 대한 정리를 할만한 시간이 못되어서 보고만 있었습니다.
다행히 오늘 오전 시간이 조금 나는 관계로 간단하게 중점이 될 수 있는 3가지 사안에 대한 정리를 대강 해 놓은 상태로 이번 사건에 대한 제 생각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1. 누구의 잘못인가? 또는 누가 더 잘못했는가?

이미 안정환 선수의 징계로 누구의 잘못인지 결정되어버린 것 처럼 보이지만 이는 안정환 선수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안정환 선수는 사과문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수로서 경기장을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안정환 선수의 잘못입니다. 또한, 서울FC 서포터스 수호신의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유감'을 표하면서, 사견을 전제로 응원문화의 개선과 함께 선수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은 자제해야할 것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수호신'측에서도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네티즌들은 '서포터스'의 잘못에 더 비중을 두고, 그들을 비난하기에 몰두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잘못된 응원 문화로 인해 한 선수에게 큰 아픔을 주고 징계에도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 받을 만하긴 하지만 네티즌들이 행하고 있는 비난은 또 다른 '언어 폭력'의 모습이 되고 있음을 볼 때 안타까울 뿐 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주목받지 않은 두 주인공이 있습니다. 서포터스(관중)를 통제해야할 'FC서울'이라는 구단과 함께 '프로축구 연맹'의 잘못은 없을까요?
프로축구 연맹이야 직접적인 잘못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서울스포츠닷컴의 류재규 기자의 안정환 징계, 걱정되는 프로연맹의 안이한 인식이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연맹은 일방적으로 '선수'에 대한 징계만을 했습니다. 관중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한 FC서울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없었다는 점은 유럽 축구리그에서 관중들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당 구단에 대해서도 징계하는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며 기사의 내용에도 밝힌  K3리그에서의 유사 사건에 대한 징계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입니다. (관련기사보기/출처:OSEN)


2.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검증은 누가 했는가?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워낙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시 끄집어내서 이야기 합니다.
이미 우리는 '아프간 사태'를 비롯한 여러 이슈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의 '위험성'을 느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도 동일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이 포털 사이트에 떠돌았고, 이는 곧 이슈화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떤 사람인지 찾기에 급급해서 찾아냈습니다.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권모양'은 무차별적 폭력을 당해야만 했습니다(아니,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리라 생각합니다).
누가 검증한 내용입니까? 확인해 줄 사람도 없고, 확인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추측과 막연한 전언을 통해서 이슈화되는 내용에 대해 민감해 하는 모습은 '블로거'를 포함한 네티즌들의 '언론 닮아가기'의 모습이 아닌가 심히 안타깝습니다.

선수에 대해 비난했다는 것으로 인해 '또 다른 언어 폭력'을 행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안 보이는지.
언론의 선정성에 비난하면서, 선정적 '마녀사냥'을 일삼고 있는 모습은 안 보이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제가 가진 생각을 정리하면서 사건의 중심이 된 서포터스와 구단, 프로연맹과 안정환 선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K리그의 관중 동원은 항상 문제가 되어왔고, 현재도 '관중'이 부족한 현실에서 '서포터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서포터스를 통해서 펼쳐지는 '응원' 등은 새로운 볼거리고 경기장을 찾는 일반 관중들에게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축구'에서의 '서포터스'가 가지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안정환 사건'의 경우,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난을 한 주체가 누가되었건 간에 '사생활'을 들먹이면서 '가족'을 꺼내면서 비난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잘못'되었고, 그에 대한 서포터스 운영진의 유감 표명 뿐 아니라 더 적극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제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또한, FC서울 구단 또한 서포터스와의 연대를 강화하여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며 최근 언론에 발표한 FC서울 "안정환 징계, 우리와는 무관"(스포츠조선)과 같은 대응은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서포터스로 인해 촉발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단과 관련없다는 식의 발언은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프로연맹은 이번 사건에서 대충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상당히 부적절해 보인다. 추후 비슷한 사안이 생기는 것에 대비한 대응 계획이나 징계에 대한 충분한 결정시간 등을 포함한 규정을 재정비하여 이번 사건과 같은 황당한 징계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안정환 선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백번' 잘못한 일이다. 지난 월드컵 때의 '지단'의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선수로서의 본분은 다했어야 합니다. 이미 큰 징계도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반성하고 있는 모습과 그동안의 안정환 선수의 성실한 모습을 볼 때 동일한 일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여나 비슷한 사안이 발생한다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 해 봅니다. 또한, 수원 삼성의 팬의 한 사람으로 '1군 경기'에 복귀하여 화려한 골과 함께 그동안 마음 껏 하지 못한 '세레모니'도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서 좀 더 성숙된 '서포터스' 문화가 발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푸른가을